3월은 말이 없고,

 



얼음이 풀린 논둑길에
소리쟁이가 두 치나 솟아올랐다.

이런 봄, 어머님은 소녀였던

내 누님을 데리고 냉이랑 꽃다지,

그리고 소리쟁이를 캐며

봄 이야기를 하셨다.

논갈이의 물이 오른 이웃집
건아 애비는 산골 물소리보다도

더 맑은 음성으로 메나리를 부르고

산수유가 꽃잎 여는 양지 자락엔
산꿩이 3월을 줍고 있었다.

흰 연기를 뿜어 울리며

방금 서울행 기차가 지나가고

대문 앞에서 서성이며 도시에서

올 편지를 기다리는 정순이의 마음은
3월 아지랑이처럼 타고 있었다.

이 3월이 

두고온 고향에도 찾아왔을까
천 년 잠이 드신 어머님의 뜰에도
이제 곧 고향 3월을 뜸북새가 울겠구나.

고향을 잃어버리면 봄도 잊고 마느니
우리들 마음의 봄을 더 잃기 전
고향 3월로 돌아가리라.
고향의 봄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.


- 황금찬 -

 

Posted by jinhua
,