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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.

jinhua 2019. 5. 9. 10:44

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.

제 몸을 때려 울리는 종은

스스로 소리를 듣고자

귀를 만들지 않는다.

평생 나무와 함께 살아 온 목수는

자기가 살기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.

잠든 아이의 머리맡에서

기도하는 어머니는

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를 드리지 않는다.

우리들, 한번은 다 바치고 돌아와

새근새근 숨쉬는 상처를 품고

지금 시린 눈빛으로 말없이

앞을 뚫어 보지만 우리는

과거를 내세워 오늘을 살지 않는다.

우리는 긴 호흡으로

흙과 뿌리를 보살피지만 스스로

꽃이 되고 과실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.

내일이면 모두가 웃으며 오실 길을

지금 우리 젖은 얼굴로 걸어 갈 뿐이다.

오늘..

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.

참 좋은 날이다..

- 박노해 -